우리는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기보다, 마치 **타자(the Other)**처럼 마주하게 된다.
그 타자성은 문법에서부터 이미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바로 사역동사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 ‘사역동사’라는 표현은 꽤 일찍 등장한다. 대부분의 교재는 이렇게 정리한다:. 대부분의 교재는 이렇게 정리한다:
사역동사란 다른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동사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let, make, have, get 등이 있다.
구조는 다음과 같다:
let/make/have + 목적어 + 동사원형
get + 목적어 + to부정사
예문도 익숙하다:
- I let him go.
- She made me cry.
- They had the plumber fix the sink.
- I got him to help me.
(※ 참고: 한국식 문법 용어로는 이 구조를 일반적으로 '5형식 문장' 또는 '사역동사의 5형식 구문'으로 분류한다. 목적어와 동사원형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목적보어를 포함한 문장 구조'로도 설명된다.)
이때 말하는 '5형식'이란, 영어 문장에서 **주어(S) + 동사(V) + 목적어(O) + 목적보어(OC)**의 형식을 말한다. 사역동사의 경우 이 '목적보어'가 동사원형 혹은 to부정사의 형태로 온다. 즉, '누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는 구조다.
이처럼 사역동사는 문장 안에서 다른 주체가 행동하게 만드는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문법적으로는 '5형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구조적 틀이 그 동사의 작용 감각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 사역동사는 구조가 아니라 감각이다
우리가 let을 “~하게 하다”, make를 “~하게 만들다”라고 외우는 순간,
영어는 하나의 암호화된 공식 언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원어민은 let을 “허용”이라기보다는 “그대로 두는 것”,
make를 “만듦”이 아니라 “강제적 방향 설정”,
get은 “설득을 통한 결과 유도”,
have는 “권위적 위임”으로 느낀다.
동사의 감각은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말을 뱉을 때 느껴지는 심리적 거리, 통제의 세기, 행동의 주체성이 함께 작용할 때 익혀지는 것이다.
🧠 구조 vs 감각 – 예문으로 비교하기
▶ let (허용 / 방치 / 개입하지 않음)
- I let him stay.
→ 나는 그가 머무르도록 놔두었다.
→ 방해하거나, 끌어내지 않았다.
→ 구조는 사역이지만, 감정은 침묵과 수용이다.
▶ make (강제 / 압력 / 회피 불가)
- She made me apologize.
→ 나는 사과하게 내몰렸다.
→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밀어붙인 것이다.
▶ get (설득 / 유도 / 노력의 결과)
- I got him to help me.
→ 나 혼자서 만든 결과가 아니다.
→ 나는 어떻게든 부탁하고, 설득해서, 결국 도움을 받았다.
▶ have (권위 / 위임 / 위에서 아래로)
- They had the worker clean the office.
→ 그들은 지시했다.
→ 관계에는 지시자와 수행자 사이의 위계감이 깔려 있다.
🧭 영어 5형식은 왜 낯설게 느껴질까?
한국어 화자에게 영어의 5형식은 어딘가 불완전하게 느껴지는 구조다.
왜냐하면 한국어는 일반적으로 동사 하나로 문장을 끝내는 언어이며,
동사 뒤에 또 다른 '행위'를 이어붙이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쓰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그가 가게 했다”는 말은
- 한국어에서는: '나는 그를 가게 했다' (여기서 '가게'는 보조 용언 형태)
- 영어에서는: I made him go. (→ 목적어 + 동사원형이라는 별개의 구성 요소)
이러한 구조는 **동사가 끝맺음이 아니라 연결고리로 작용하는 영어의 통사 구조(syntactic chaining)**에서 비롯된다.
영어는 행위자 → 행위의 대상 → 그 대상이 하는 새로운 행위까지를 한 문장 안에 서술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단지 문법적 차이만이 아니라, 언어가 세계를 분절하고 연결하는 방식의 차이이기도 하다.
한국어는 행위를 독립적으로 끊어 말하는 언어이고,
영어는 행위의 결과를 문장 안에서 ‘연쇄적으로 잇는 언어’에 가깝다.
이러한 문화적 통사 전략의 차이가
영어의 5형식을 ‘익히기 쉬워도, 체화하기는 어려운 구조’로 만드는 핵심이다.
🔍 한국식 문법이 가르치지 않는 것
문법은 필요하다. 구조를 이해하면 정확하게 쓰고, 오류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구조만 익히면, 문장을 '사용'할 줄 모르고, 의미의 깊이에 도달하지 못한다.
‘사역동사’라는 용어는 구조의 윤곽만 보여준다.
하지만 let, make, have, get은 그 자체로 감정의 거리, 권력관계, 설득의 리듬을 품은 동사적 감각 구조다.
🌿 결론: 구조는 출발이고, 감각은 도착이다
우리는 구조를 배운다. 사역동사라는 틀 안에 단어들을 나눠 담는다.
하지만 결국 그 동사를 어떻게 느끼는가, 어떻게 몸에 새기는가가
영어를 ‘쓸 수 있는 언어’로 만들어준다.
문법은 틀이다. 감각은 리듬이다.
let은 놔두는 것이고, make는 내모는 것이며, get은 부탁이고, have는 명령이다.
그리고 이것은 구조만이 아니라,
듣고, 말하고, 쓸 때의 리듬을 감각적으로 장착할 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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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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