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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이연(敢而然)/김영민,"동무와 연인", 배경 지식53

히파티아의 비극: 권력이 학문을 짓밟은 잔혹한 역사 서기 415년 3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거리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했습니다. 그녀는 히파티아, 당시 지중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습니다.흔히 "기독교 광신도들이 이교도 학자를 죽인 종교적 박해"로 알려진 이 사건의 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히파티아의 죽음은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와 계산된 증오 선동이 빚어낸 비극이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시 로마 제국이 처한 격변의 상황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1. 혼란의 시대, 분열된 제국 4세기말에서 5세기 초, 로마 제국은 전례 없는 격변기를 맞고 있었습니다.제국은 동서로 분열되었고, 게르만족의 침입이 연이어 일어나며 제국의 경계선은 무너져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기독교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이후 제국의 공식 종교로 .. 2025. 6. 9.
히파티아(Hypatia): 1600년 전 알렉산드리아를 빛낸 최초의 여성 철학자(1) 나는 지식과 결혼했습니다.구애하는 제자에게 이렇게 답했다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4-5세기 고대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수학자이자 철학자 히파티아의 이야기입니다.오늘날 우리가 '최초의 여성 과학자'로 기억하는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성별의 벽을 넘어선 것 이상의 깊이 있는 지적 여정을 발견하게 됩니다.목차지중해 최고의 지적 도시에서 태어나다아버지를 뛰어넘은 제자에서 스승으로철학과 수학을 통합한 독창적 교육법후세에 남긴 학문적 유산들현대 지식인에게 던지는 질문들 지중해 최고의 도시에서 태어나다 알렉산드리아라는 특별한 무대히파티아가 350년경 태어난 알렉산드리아는 당시 지중해 세계의 지적 중심지였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의도적으로 '학문의 도시'로 건설한 이곳은, 마치 현재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 2025. 6. 9.
'조르주 바타이유'의 '성': 문명이 억눌러온 원시적 힘에 대하여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1897-1962)는 20세기 프랑스의 이단적 사상가였다. 철학자도, 문학가도, 인류학자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었던 그는 인간 존재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성, 죽음, 광기, 폭력—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특히 그에게 '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행위가 아니라, 문명이 가장 강력히 억압해온 근본적 힘이었다.바타이유의 사상은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그 핵심을 차근차근 따라가보면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바타이유가 성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현대 문명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다.성은 쾌락 이상의 것이다: 에로티시즘의 진정한 의미우리는 보통 성을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한다.하나는 종족 번.. 2025. 6. 6.
"AI 시대, 70년 전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 프로이트 좌파와 노동 해방의 재발견" 프로이트 좌파란 무엇인가?◾ 혁명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바라본 또 다른 시선20세기 초중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당황스러운 현실과 마주했습니다.제1차 대전 이후 유럽의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키기는커녕 파시즘과 보수주의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도대체 왜 노동자들은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걸까?"이 충격적인 질문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답이 나왔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프랑크푸르트학파, 또 하나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프로이트 좌파(Freudo-Marxism)**입니다. ◾ 두 학파, 같은 고민 다른 답프랑크푸르트학파의 답"문제는 문화산업과 이데올로기다. 대중문화가 사람들을 기만하여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다."프로이트 좌파의 답"문제는 성적 억압과 욕망의 금기다. 사람들의 리비도가 억압되어 .. 2025. 6. 6.
'뒤르켐의 신화적 사고'와 '베이컨의 근대 과학'의 분기점 뒤르켐과 베이컨을 가르는 인식의 역사우리는 언제부터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을까?이 질문에 답하려면 인류 인식사의 결정적 전환점을 살펴봐야 한다. 에밀 뒤르켐이 분석한 신화적 사고와 프랜시스 베이컨이 제시한 근대 과학적 사고 사이에는 자연을 대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두 관점이 존재한다. 🌿 뒤르켐과 신화적 사고: 자연과 인간이 하나였던 시절 에밀 뒤르켐은 『종교생활의 원초형태』(1912)에서 전근대 사회의 신화적 사고를 깊이 있게 분석했다. 그가 발견한 핵심은 자연과 문화가 분리된 두 영역이 아니라 서로 얽혀 있는 연속체였다는 점이다.신화적 사고의 본질▪ 신화는 단순한 허구나 옛이야기가 아니다. 뒤르켐에 따르면, 신화적 사고는 공동체가 세계를 구조화하고 사회 질서를 정당화하며 개인과.. 2025. 6. 5.
효율과 윤리 사이에서 - 막스 베버와 자크 데리다가 던지는 질문 1. 막스 베버: 목적합리성이 가치합리성을 집어삼킬 때현대성의 그림자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경제와 사회』에서 현대 사회의 불안한 징조를 예리하게 포착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그가 목격한 것은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근본적 변화였다.전통 사회에서는 종교적 신념, 가족의 관습, 지역 공동체의 규범 등 다양한 가치 체계가 공존했다. 농부는 단순히 수익만을 위해 농사를 짓지 않았으며,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방식을 따르고, 계절의 리듬을 존중하며, 이웃과의 상부상조를 중시했다.그런데 자본주의와 관료제가 발달하면서 모든 것이 계산과 효율의 논리로 재편되기 시작했다.베버는 이를 합리화(Rationalisierung) 과정이라고 불렀는데, 문제는 이 '합리화'가 인간의 다채.. 2025.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