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family: 'Noto Serif KR', 'Georgia', serif;
본문 바로가기
😎"What Brits Actually Say"

😎 "That's Me Sorted!": '절제된 간결함'(Feat. 언더스테이트먼트의 미학)

by To Be or... Whatever 2025. 6. 3.

"영국인들은 말을 돌려 말한다."
이 말은 아마 영국 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일 겁니다.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며 빙빙 에둘러 표현하는 그들의 화법은 때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동시에!!!  저는 영국에 살면서 전혀 다른 그들의 말투?에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바로 **'불필요한 수식 없이 핵심만 던지는 지독한 간결함'**이죠.
 
마치 "That's me sorted." 처럼 말입니다.
"아, 내 할 일 다 끝났어. 이제 더 신경 쓸 거 없어!"라는 복잡한 감정을 단 세 단어로 깔끔하게 정리해 버리는 이 효율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이렇게 상반된 듯 보이는 두 가지 언어 습관 속에 바로 영국 문화의 진짜 재미, 그리고 영국인들의 독특한 기질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그 중심에는 **'언더스테이트먼트(Understatement)'**라는 영국인 특유의 매력적인 화법이 존재하죠.


 

"That's Me Sorted!" 와 언더스테이트먼트(Understatement): 절제된 표현의 두 얼굴

 
**언더스테이트먼트(Understatement)**는 쉽게 말해, 실제보다 덜 중요하게 말하거나, 감정이나 상황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여 표현하는 화법을 의미합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혹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표현하는 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 상황 1: 끔찍한 교통사고 현장 당신 눈앞에서 차가 완전히 부서지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대형 사고가 났습니다. 운전자가 겨우 기어 나오는데, 당신이 "Are you alright?" (괜찮으세요?) 하고 물어보자, 그가 쿨하게 답합니다. 영국식 언더스테이트먼트: "Just a bit of a ding." (그냥 좀 긁혔어.) 실제 의미: "차는 완전히 박살 났고, 나도 죽을 뻔했어!"
  • 상황 2: 폭풍우 치는 날씨 밖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번쩍이며, 나무가 뽑혀나갈 기세입니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춥고 무서운데, 옆에 있던 영국 친구가 말합니다. 영국식 언더스테이트먼트: "A bit breezy, isn't it?" (바람이 좀 부네, 그치?) 실제 의미: "젠장, 이거 완전 폭풍이잖아!" (😅breeze:산들~바람)

 
이처럼 과장법(Hyperbole)이 "배고파 죽겠어!"처럼 부풀려 말하는 것이라면, **언더스테이트먼트(Understatement)**는 의도적으로 덜어내서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That's me sorted." 역시 이런 언더스테이트먼트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복잡한 상황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홀가분한데도, 그걸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됐어, 해결됐어." 정도로 짧게 압축해서 표현하는 거죠.

 

"That's Me Sorted." 🔍 구조의 작동

 
이 간결한 표현은 사실 그 구조 자체가 영국식 사고방식을 보여줍니다.

  • That's: 상황 전체 또는 어떤 결정/조치/처리를 가리킵니다.
  • me: 말하는 사람 자신을 '대상화'합니다.
  • sorted: '정리되다, 처리되다'라는 뜻의 과거분사로, 완료된 상태에 초점을 둡니다.

결국 **"That’s me sorted."**는 "그 일이 나를 정리된 상태에 이르게 했다"는 간접적이고 외부적인 시선을 띤 구조입니다. 여기서 "sorted"는 행위가 아니라 결과로서의 상태를 말하며, 말하는 사람은 더 이상 주도자가 아닌, 어떤 조치에 의해 '처리된 객체'로 자신을 위치시킵니다.


 


💬 예문과 청크 리듬

"Okay, that’s me sorted then. What about you?"

  • 청크: "Okay," "that’s me sorted" "then."
  • 직역 해석: "좋아, 그게 나를 정리한 거야 그러면 됐네."

이 리듬은 자신의 일은 깔끔하게 정리되었음을 알리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화제를 상대에게 넘기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 미국에서는 "That's me sorted." 대신 뭐라고 할까?

 
여기서 흥미로운 비교 지점이 생깁니다. 영국에서 아주 흔하게 쓰이는 이 "That's me sorted."라는 표현은 사실 미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그럼 미국인들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말할까요?
가장 흔하게는 "I'm all set." 또는 "I'm good to go." 라고 표현할 겁니다.

  • "I'm all set.": "모든 준비가 다 되었고,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다"는 의미로, 어떤 작업이나 상황이 완전히 준비되거나 해결되었을 때 사용합니다. "Can I get you anything else?"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라는 질문에 "No, I'm all set, thanks!" (아니요, 저 다 됐어요, 고마워요!) 라고 답하는 식이죠.
  • "I'm good to go.": "갈 준비가 되었다"는 직접적인 의미 외에도, 어떤 상황이나 문제가 해결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나타낼 때 씁니다. 예를 들어, "I've finished packing my bags, I'm good to go!" (가방 다 쌌어, 이제 갈 준비 됐어!) 와 같이요.

미국식 영어는 영국식 영어에 비해 좀 더 직관적이고 명시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That's me sorted."가 다소 간접적이고 (주어가 'that'이니까요), 'sorted'라는 과거 분사가 'me'의 상태를 나타내는 영국 특유의 구조라면, "I'm all set."이나 "I'm good to go."는 주어가 'I'로 명확하고, 'set'이나 'good to go' 역시 상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는 미국 문화가 좀 더 개인의 독립성과 직접적인 의사 표현을 중시하는 경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죠. 불필요한 은유나 암시보다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선호하는 겁니다.


 

🌍 영국인의 '화법 이중생활': 왜 그들은 돌려 말하면서도, 때론 극도로 간결할까?

 
자,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영국인들이 왜 이렇게 '밀당'하듯 언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비밀을 파헤쳐 볼 시간입니다. 이들의 언어는 마치 복잡한 수수께끼 같지만, 그 답은 그들의 문화적 DNA 속에 숨어 있습니다.
 

사회적 화합을 위한 에티켓: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

영국 문화는 무엇보다 사회적 조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대놓고 싸우거나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비판이나 거절을 할 때도 "Your idea is rubbish!" (네 아이디어는 쓰레기야!)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는, "That's an interesting approach, but perhaps we could consider..." (흥미로운 접근이네요, 하지만 ~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처럼 완곡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고,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는 거죠. 이걸 한마디로 '체면(Face)' 중시라고 부를 수 있어요.

 

효율성과 실용주의 정신: "쿨하게 가자고!"

 
하지만 영국인들은 동시에 지독한 실용주의자들입니다.
특히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는 질색이죠. 문제가 생기면 우물쭈물 감정 낭비할 시간에 빨리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어 합니다.
 
"That's me sorted."가 바로 이 대목에서 빛을 발하죠.
복잡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sorted)'했다는 사실을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단 세 단어로 '끝!'을 선언하는 겁니다. 이렇게 효율적으로 상황을 종결짓는 간결함은 그들의 '쿨함'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참고: 여기서 말하는 '쿨함'은 우리가 흔히 쓰는 그 **'Cool'**과 의미가 통합니다. 영국에서도 **'Cool'**이라는 표현은 '멋지다', '좋다', '괜찮다', '동의한다' 등 매우 폭넓은 긍정적 의미로 일상적으로 사용됩니다. 미국에서 유래한 슬랭이지만, 영국에서도 완전히 정착하여 세대 불문하고 널리 쓰이는 단어입니다.

 

유머와 아이러니의 고급 스킬: "속뜻을 아는 자만이 웃는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영국인의 유머 감각입니다.
그들의 유머는 종종 건조하고, 풍자적이며, **아이러니(Irony)**를 즐기는 경향이 있죠.
과장과 언더스테이트먼트(Understatement) 모두 이러한 유머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를 정말 오랜만에 만났을 때, "Ages!" 라고 외치는 영국인을 본 적 있으신가요?
 
직역하면 '세기들!'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오랜만이야! 정말 오랜 시간 못 봤네!"라는 의미로 시간을 과장해서 친근함을 표현하는 거죠.  대놓고 웃기려 하기보다는, 겉으로는 무심한 듯 던지는 한 마디 속에 깊은 의미나 반전, 혹은 냉소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속뜻을 아는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유머를 즐기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영국인들의 언어는 이처럼 **'언더스테이트먼트(Understatement)'**를 통해 절제된 유머와 점잖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Ages!"처럼 직설적인 과장으로 친근함이나 즉각적인 감정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의 복합적인 문화적 기질, 즉 사회적 조화, 실용성, 그리고 유머와 아이러니를 사랑하는 재치 있는 대응 방식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That’s me done." (나 끝났어. / 내 일 다 됐어.)
  • "That’s her gone." (그녀가 가버렸네. / 그녀는 갔어.)
  • "That’s us told." (우리가 혼났네. / 우리가 주의를 받았어.)

 
여러분은 영국에서 생활하며 이런 '언더스테이트먼트(Understatement)'의 순간을 경험해보신 적이 있나요? 혹은 "That's me sorted."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
 
 


 

📮 궁금하거나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편하게 답글로 알려 주세요.
우연을 만드는 창구가 되리라 희망합니다.






—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Walking Miles Without a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