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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이연(敢而然)/김영민,"동무와 연인", 배경 지식53

전문가라는 이름의 폐쇄성/ 하버마스와 의사소통의 단절 전문화된 지식의 역설 병원에서 의사가 복잡한 의학 용어로 설명할 때, 법정에서 변호사가 법률 전문용어를 나열할 때, 우리는 종종 "전문가니까 알아서 하겠지"라며 고개를 끄덕인다.하지만 정말 그래도 될까?현대 사회에서 전문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의료진은 질병을 진단하고, 법조인은 분쟁을 해결하며, 연구자들은 새로운 지식을 생산한다. 이들의 전문성은 사회 운영에 필수불가결하다. 그런데 위르겐 하버마스는 이런 전문가 중심 사회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성이 높아질수록 일반인과의 소통은 단절되고, 지식은 폐쇄적 집단의 독점물이 되어간다는 것이다.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병리라는 점이다.체계와 생활세계: 분.. 2025. 6. 4.
도구적 이성의 역습: 아도르노와 근대의 자기배반 계몽의 약속과 배신근대 계몽주의는 이성을 통해 인간을 미신과 억압에서 해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이성이 발달한 20세기에 전체주의와 대량학살이 가능했고,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현재에도 인간은 여전히 소외와 통제를 경험한다.이 역설적 상황을 가장 예리하게 분석한 철학자가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다. 그는 막스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1947)에서 "도구적 이성" 개념을 통해 근대 이성의 자기배반적 성격을 해부했다.도구적 이성이란 무엇인가?이성의 변질 과정도구적 이성이란 이성이 본래의 비판적·해방적 기능을 상실하고 순전히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상태를 말한다. 역사를 되짚어보자. 중세 유럽에서 진리와 질서의 근원은 신적 권위였다. 이성은 신학의 .. 2025. 6. 4.
효율이라는 이름의 철장(iron cage): 베버(Max Weber)와 근대의 비인간성 왜 현대인은 스스로를 소외된 존재로 느끼게 될까?조직 안에서 개인의 감정과 판단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예리한 답변 중 하나는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의 관료제(bureaucracy)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베버는 근대사회를 지배하는 핵심 원리를 '합리화(rationalization)'로 파악했고, 그 구체적 형태가 바로 관료제라고 보았다.그에 따르면 관료제는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철장(iron cage)' 안에 가두는 시스템이다.관료제의 구조적 특징베버가 정의한 관료제는 단순히 공무원 조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이는 근대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조직 운영의 합리적 원리다. 학교, 회사, 병원, 심지어 작은 상점까지도.. 2025. 6. 3.
아이러니의 긴장이 주는 역설적 통기(通氣) – 루 살로메의 '3의 구조' ...여기에서도 3이라는 아이러니는 긴장이 주는 역설적 통기(通氣)속에서만 자신의 진정한 존재를 향유할 수 있었다.김영민, 『 동무와 연인』, 72쪽, 한겨레출판(주),2008 1. 📍서문 – 둘은 닫히고, 셋은 열린다 그녀는 어떤 순간에도 '둘'이 되기를 거부했다. 사랑할 때도, 동행할 때도, 심지어 홀로 글을 쓸 때조차도. 루 살로메에게 관계란 닫힘이 아닌 열림의 구조였고, 그 형태는 언제나 '셋'이었다.왜 굳이 셋이었을까? 왜 루 살로메는 끊임없이 제3자의 존재를 필요로 했을까? 단순한 감정 회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정교한 패턴이었고, 일시적 도피로 보기엔 너무도 일관되게 반복되었다.세상에는 사랑을 말하는 이들이 있고, 사랑을 배치하는 이들이 있다. 루 살로메는 분명 후자였다.2. 🧠 구조로 존.. 2025. 5. 18.
루 살로메(Lou Andreas-Salomé) – 놀이로 말하고, 가면으로 산다 운명보다 빠른 걸음으로 운명보다 느리게 사는 방식은 물론 '놀이'이며, 그녀는 놀이의 명수였다. 꼭 그녀만이 아니라, '총명하고 매력적이지만 남자들의 세상과 그 논리에 직수굿하게 응종하기 싦은 여자'는 으레 놀이에 능하게 된다. ..... 카이와의 설명에는, 놀이가 '가면(masque)'을 쓰고 현기증(vertige)을 일으키게 하는 임의의 행위'로 정의되는데, 기이하게도 이것은 루 살로메가 남자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방식을 정확히 짚어낸다. 그리고 , 이 현기증의 놀이는 3(삼각형)의 구조, 그 긴장의 아이러니 속에서만 생명을 얻는다. 김영민, 『 동무와 연인』, 72쪽, 한겨레출판(주),2008 그녀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 곁에 머문 남자들은 누구보다 깊이 그녀.. 2025. 5. 17.
까미유 끌로델 – 조각된 침묵, 사라진 이름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 1864–1943)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활동한 조각가다. 그녀는 흔히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연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덕에 그녀의 예술적 진가는 로댕의 그늘에 오랫동안 가려져 있었으며, 그녀의 생애는 천재성과 억압, 예술성과 광기라는 이름 아래 긴 세월 오독(誤讀)되어 왔다. '비운의 여성 예술가'라는 수식어와 함께, '광기'로 겹쳐지는 그녀의 이름. 그 불려지지 못한 이름을 불러본다. 그녀는 조각가였다 끌로델은 어린 시절부터 조각에 뛰어난 감각을 보였고, 아버지의 지지를 받아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로댕의 작업실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조각 활동을 시작했으며, 로댕의 조수이자 협력자다 되어,.. 2025.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