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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이연(敢而然)/김영민,"동무와 연인", 배경 지식

『쾌락 원칙을 넘어서』 Ep.02 — 죽음충동의 철학: 삶을 밀어내는 힘

by To Be or... Whatever 2025. 5. 7.

 

프로이트는 『쾌락 원칙을 넘어서』에서 중요한 질문과 마주한다.
왜 우리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반복할까?
왜 어떤 사람들은 상처와 실패를 되풀이하면서도,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자기 파괴적인 길을 선택할까?

이 질문은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고 불쾌를 피하려는 쾌락 원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하나의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죽음충동(Thanatos)**이라는 이름의,

생명과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 본능이다.

 

이 충동은 단순히 ‘죽고 싶다’는 의식적 욕망이 아니다.
**죽음충동(Thanatos)**은, 생명의 모든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고,

다시 무(無)의 상태—어떤 불안도 없는 정지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이다.

 

그것은 현실을 거부한다기보다는, 생을 구성하는 내적 충돌 자체를 끝내려는 경향이다.


프로이트는 이 힘을, 삶을 지탱하는 또 다른 본능인 에로스(Eros)와 함께, 인간 존재를 이끌어가는 이중 본능의 하나로 본다.


1. 에로스와 타나토스 — 두 개의 본능

프로이트는 쾌락을 추구하는 단일한 본능만으로는 인간의 정신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는 전혀 다른 방향의 두 힘이 서로 얽혀 있다고 본다.

  • 에로스(Eros): 결합하고 창조하며 생명을 유지하려는 본능이다. 이는 단순한 성적 충동이 아니라, 인간을 조직화하고 공동체를 형성하게 만드는 힘이다.
  • 타나토스(Thanatos): 분리하고 파괴하며 무로 회귀하려는 본능이다. 이는 폭력성과 자기 파괴 충동, 그리고 반복 강박의 밑바탕에 놓여 있는 힘이다.

이 두 본능은 서로 대립만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얽히고 충돌하고 타협하면서, 우리의 감정과 선택, 관계의 양상을 결정짓는다.

 

삶은 때로, 죽음을 향해 지그재그(zigzag)로 나아가는 항로처럼 보인다.
긴장을 해소하려는 무의식의 리듬이 반복을 통해 해체를 지향할 때, 그 경로는 결코 직선일 수 없다.


2. 죽음충동은 왜 반복의 형태로 나타나는가?

죽음충동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오히려 반복이라는 방식으로 우회해서 나타난다.

  • 실수인 듯 반복되는 자기파괴적 선택
  • 같은 방식으로 끝나는 인간관계
  • 고통스럽지만 익숙한 장면을 다시 겪는 꿈과 습관들

이런 반복은 단순한 기억의 오류가 아니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무의식이 자신을 가장 안정적인 상태, 즉 긴장이 없는 정지 상태로 되돌리려는 시도라고 본다.

 

우리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그 안에는 때때로 삶을 멈추려는, 혹은 자신을 해체하려는 어떤 리듬이 작동하고 있다.

 

죽음충동은 바로 그런 무의식의 리듬이다.


3. 윤리, 심리, 철학을 가로지르는 개념

죽음충동은 단지 정신분석 이론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개념은 윤리와 철학,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장된다.

  • 우리는 왜 고통을 반복하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가?
  • 자기 파괴적인 선택은 자유의지인가, 무의식의 필연인가?
  • 인간은 정말로 ‘삶’만을 원하는 존재일까?

프로이트는 이 질문들에 정답을 내리지 않는다.
『쾌락 원칙을 넘어서』는 오히려, 설명되지 않는 반복과 파괴의 구조를 끈질기게 응시한다.


그 눈길 속에서 인간은 더 이상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반복과 충돌, 쾌락과 해체 사이를 흔들리는 존재로 다시 묘사된다.


4. 오늘날의 죽음충동

죽음충동은 과거의 이론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그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 끊임없이 반복되는 중독과 자해
  • 관계를 파괴하면서도 반복하는 패턴
  • 무기력과 소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감각

이들은 단순한 의지 부족이나 실패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삶을 지속하는 데 드는 긴장이 너무 커졌을 때,
무의식이 그 긴장을 스스로 종료시키려는 방식일 수 있다.

 

죽음충동은 종종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해되지만,
그 본질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자신을 내보내려는 무의식의 요청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요청은, 우리가 반복하고 있는 익숙한 고통 속에 숨어 있다.

 

말 없는 반복, 멈추지 않는 되돌림.


그곳에서 죽음충동은 조용히 삶을 밀어낸다.


 

📘 Ep.03 예고 | 에로스의 리듬: 생명은 어떻게 자신을 지속시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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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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