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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이연(敢而然)/김영민,"동무와 연인", 배경 지식

『쾌락 원칙을 넘어서』 Ep.03 — 에로스의 리듬: 생명은 어떻게 자신을 지속시키는가?

by To Be or... Whatever 2025. 5. 8.

죽음충동이 삶을 밀어내는 힘이라면, 에로스는 삶을 붙잡고자 하는 힘이다. 하지만 그 붙잡음은 단순하지 않다. 에로스는 어떤 감미로운 이상향도 아니며, 무조건적인 생명 예찬도 아니다. 그보다는 끊임없는 결합의 시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긴장의 조직화다.

우리의 삶은 무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평온한 흐름이 아니라, 무수한 갈등, 충돌, 마찰을 받아들이면서 그것들을 견딜 수 있는 형태로 묶어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에로스는 바로 이 ‘묶는 힘’, 관계를 형성하고 구조를 부여하는 힘이다.


1. 에로스는 단순한 쾌락이 아니다

프로이트는 『쾌락 원칙을 넘어서』에서 에로스를 단순한 성충동이나 생명 본능의 이름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특히 후기 사유에 이르러 그는 에로스의 범위를 새롭게 재정의하며 다음과 같이 쓴다:

“에로스는 모든 살아있는 것을 하나로 결합시키고, 더 큰 전체로 통합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쾌락 원칙을 넘어서』, 1920)

이 문장에서 드러나듯, 에로스는 개별적인 쾌락의 충동을 넘어서는 조직화의 힘으로 제시된다.

흔히 에로스는 성애적 충동이나 단순한 생명 본능으로 축소되곤 한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후기 사유에서 이 개념을 보다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방향으로 확장시킨다.

  • 결합, 연합, 조직화의 본능
  • 분열된 것을 이어 붙이고, 분산된 것을 하나의 구조로 모으는 방향성
  • 개체를 초월하여 공동체와 문명까지 구축하는 창조적 힘

이러한 에로스는 단순한 생존의 욕망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것들이 ‘관계를 형성하며 질서를 만들어내려는 무의식적 운동성’에 가깝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끌리는 감정, 낯선 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는 본능, 혹은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려는 창작의 욕구까지— 이 모든 것은 인간 안에 자리한 에로스, 즉 '무언가를 연결하고 구성하려는 힘'의 표현일 수 있다.


2. 생명은 긴장을 껴안으며 지속된다

죽음충동이 모든 긴장을 제거하려는 무(無)의 방향이라면, 에로스는 긴장을 포용하고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흐름과 구조로 재배열하려는 힘이다.

프로이트는 『쾌락 원칙을 넘어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명체는 자기 안에 있는 분해 본능을 억제하고, 외부의 도움을 받아 그것을 생명의 지속에 유리한 방식으로 이끌려한다.” (『쾌락 원칙을 넘어서』, 1920)

삶은 결코 안정적인 평면이 아니다. 사랑과 갈등, 쾌락과 고통, 기대와 실망이 얽히는 그 복잡성 자체가 오히려 생명의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에로스는 이 복잡한 구성물을 해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엮어낸다. 끊어짐을 메우고, 균열 위에 다리를 놓는 본능.

즉, 에로스는 평온과 완성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끊임없는 조정과 재배치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려는 역동적인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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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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