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쓰는 이야기다.”
현대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는 이렇게 말한다:
“진리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Truth is not discovered but made.” – Contingency, Irony, and Solidarity, 1989)
그는 전통적인 실재론과 보편주의를 비판하고, 대신 인간의 삶과 진리를 **'이야기의 방식'**으로 다시 설명하고자 한다. 그 핵심 개념이 바로 **‘끝없는 재서술(endless redescription)’**이다.

📘 아이러니스트란 누구인가?
로티는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Contingency, Irony, and Solidarity, 1989)』에서 **아이러니스트(ironic thinker)**라는 독특한 존재 유형을 제안한다.
- 아이러니스트는 자신의 신념, 말, 삶의 방식이 언제든 다시 서술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 그는 어떤 '최종 어휘(final vocabulary)'도 믿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설명하는 결정적 언어는 없다는 것을 안다.
- 그는 말의 유동성과 표현의 가능성 안에서 스스로를 계속 ‘갱신’한다.
즉, 아이러니스트는 '내가 누구인가'를 정해진 본질로 보지 않고, 하나의 문장, 하나의 은유, 하나의 이야기로 계속 써내려가는 사람이다.
🔁 재서술의 존재론: 존재는 고정이 아니라 갱신
로티는 인간이 세상과 자기를 이해하는 방식은 **‘표현’과 ‘은유’**에 가깝다고 본다.
“우리가 진리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우리가 익숙한 말로 세계를 묘사하는 방식일 뿐이다.”
(“What we call 'truth' is just the way we are used to describing the world.” – Contingency, Irony, and Solidarity, 1989)
하지만 그 말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국면, 새로운 언어적 자극, 새로운 타자의 시선 앞에서,
인간은 자기를 다시 표현하고, 다시 서술하고, 다시 구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서술’의 존재론적 의미다.
- 존재는 변하지 않는 ‘무엇’이 아니라,
- 끊임없이 은유와 이야기로 갱신되는 사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정체성이 아니라 **문체(style)**이며, 자아는 본질이 아니라 문장들의 조각들이다.
✨ 나를 구하는 문장들
로티는 철학을 구원의 기술이 아닌, 자기 형성의 문학적 실천으로 본다.
이때 구원이란, 단지 더 좋은 말, 더 시적인 언어, 더 넓은 공감의 표현을 찾아내는 일이다.
아이러니스트는 그 문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재서술한다.
- 나는 누구였는가? → 나는 어떻게 다시 말해지는가?
- 내 상처는 무엇인가? → 그 상처를 말로 어떻게 다시 꿰맬 수 있는가?
- 나의 과거는 무엇이었나? → 그것을 다시 써 내려갈 수 있을까?
로티의 아이러니스트는 바로 그 끊임없는 언어의 창조 속에서 존재를 다시 쓰는 사람이다.
📚 더 살펴볼 자료들
- Richard Rorty, Contingency, Irony, and Solidarity,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9.
- Richard Rorty, Philosophy and the Mirror of Nature,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9.
- 김상환, 『존재의 외피』, 민음사, 2007.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 Richard Rorty
-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 – Richard Ro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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