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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이연(敢而然)/김영민,"동무와 연인", 배경 지식

창조는 어디서 오는가 – '블룸'과 '지라르'가 말하는 '모방'과 '오해'

by To Be or... Whatever 2025. 5. 9.

창조는 전혀 새롭고 독립적인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해럴드 블룸과 르네 지라르는 창조가 오히려 모방, 오해, 경쟁 같은 긴장 속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누군가의 영향과 충돌하며 만들어지는 것, 그것이 창조다.

Unsplash 의 Art Institute of Chicago


1. 블룸: 창조는 오독(misreading)에서 시작된다

해럴드 블룸은 『The Anxiety of Influence』에서 이렇게 말한다.

“Strong poets make... history by misreading one another, so as to clear imaginative space for themselves.”
→ 강한 시인은 선배 시인을 오독함으로써 자신만의 상상 공간을 만들어내고, 문학사를 새로 쓴다.

오독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존의 위대한 선배를 비틀어 읽고 거리를 둬야 새로운 스타일이 나온다.

“Poetic influence need not be anxiety, but it is always an act of strong misreading.”
→ 시적 영향은 반드시 불안으로 작용하지는 않지만, 항상 강한 오독의 행위다.

 

회사에서 선배를 존경하며 따라 하다가, 점점 답답함을 느끼고 일부러 다른 방식을 택하게 되는 경우.
그 결과 생긴 방식은 결국 선배를 왜곡하고 비튼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블룸이 말한 창조의 시작이다.


2. 지라르: 욕망은 모방에서 비롯된다

르네 지라르는 『Deceit, Desire and the Novel』에서 인간의 욕망은 타인을 따라 생긴다고 본다.

“Man is the creature who does not know what to desire, and he turns to others in order to make up his mind.”
→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욕망해야 할지 모르며, 타인을 통해 그것을 결정한다.

욕망은 자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따라 하며 형성된다.

“All desire is a desire for being.”
→ 모든 욕망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다.

 

SNS에서 특정 여행지나 브랜드가 유행하면, 그것 자체보다 그걸 갖고 있는 사람이 좋아 보여서 욕망하게 된다.
겉으론 ‘내가 좋아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서’다.
지라르는 이걸 모방, 경쟁, 회피가 반복되는 욕망 구조라고 본다.


3. 창조는 독립이 아니라 충돌이다

블룸은 선배를 오독하며 독창성을 얻는다고 말한다.
지라르는 욕망이 타인을 모방하며 형성된다고 말한다.

둘 다 창조를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타자와 부딪치며 생기는 관계적 행위로 본다.
창조는 고립이 아니라 충돌이다.


맺음말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 하며 시작하고,
그 사람처럼 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 모순 속에서 생긴 긴장과 왜곡이 창조를 만든다.

블룸과 지라르는 창조가 어떻게 인간관계와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지 문학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창조의 구조다.


📚참고 문헌

더보기
Harold Bloom, The Anxiety of Influence, Oxford University Press, 1973
Harold Bloom, A Map of Misreading, Oxford University Press, 1975
René Girard, Deceit, Desire and the Novel,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65
René Girard, Things Hidden Since the Foundation of the World, Stanford University Press,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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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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