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family: 'Noto Serif KR', 'Georgia', serif;
본문 바로가기
🐛 감이연(敢而然)/"동무와 연인", 배경 지식

💫 비트겐슈타인1.-파리병, 공회전, 그리고 사랑을 향한 언어적 출발

by To Be or... Whatever 2025. 4. 19.

Unsplash 의 Giordano Rossoni

 

 

 

사랑은 말로 회전하고, 말로 외출한다

“철학은 파리가 파리병 속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이 글은 사랑과 언어,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불가능성과 반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는 시도다. 롤랑 바르트가 말한 “언어는 살갗이다”라는 진술은, 사랑이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끊임없이 ‘닿고자 하는’ 운동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언어는 종종 공회전한다. 정지된 자리에 서서, 닿지 못한 채로, 자신 안에서 도는 말.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어떻게 그 공회전하는 바퀴를 바닥에 닿게 할 수 있을까?


🐝 비트겐슈타인과 '파리병'의 은유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탐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철학은 파리가 파리병 속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말은 철학이 언어라는 투명한 감옥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유를 해방시키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자꾸만 반복하게 되는 질문, 의미 없는 확인, 불안에서 비롯된 되물음들.
이 모든 것들은 일종의 ‘언어적 파리병’ 안에서의 공회전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은, 그 대표적인 장소다.

  • 사랑은 반복된다. 말이 반복된다. 이해받지 못한다.
  • 연인은 같은 말을 한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 “사랑해?” “왜 연락이 없어?” “우리, 괜찮은 거야?”

이 모든 말들은 파리병 안의 말들이다.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공회전한다.

➡ 사랑의 언어는 때로 스스로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를 가진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우리에겐 그 ‘병’에서 빠져나오는 새로운 방식의 말하기가 필요하다.


🔄 공회전하는 말 — 사랑은 왜 멈추지 못하는가?

연인의 말은 공회전한다.
사랑은 결코 완전히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라캉, 바르트, 레비나스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닿을 수 없음'을 말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말한다.

  • 말은 접촉의 대체물이고,
  • 말은 사랑의 회전 엔진이며,
  • 그 말은 자기 안을 돌지만, 결국 어딘가 닿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바르트의 연인은 말한다:

“나는 그 사람을 내 말 속에 둘둘 말아, 어루만진다.”

하지만 어루만짐조차 말로밖에 할 수 없다면, 우리는 끝없이 공회전하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 이 지점에서 '공회전'은 라캉의 반복 충동, 바르트의 사랑의 언어적 강박,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철학의 오류적 언어'의 순환성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 외출의 은유 — 그럼에도 말은 '밖으로 나간다'

공회전하는 바퀴는, 언젠가는 땅에 닿아야 한다.
그리고 닿는 순간, 그 바퀴는 ‘출발’한다.

‘외출’이라는 말은 여기서 하나의 은유다.
말로 가득 찬 관계가 어느 순간, 말 너머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선언.

  • 파리병에서 탈출하듯,
  • 언어의 고백을 뚫고 나오듯,
  • 사랑은 말을 넘어서는 감각, 말로서만 이룰 수 없는 타자의 현전을 향해 외출한다.

이 외출은 말의 포기라기보다, 말의 끝에서 일어나는 탈주이자 접촉이다.

(※ 이 외출은 들뢰즈의 ‘탈주선’이나, 레비나스의 ‘타자를 향한 각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윤리적 몸짓이다.)


✍️ 마무리하며 — 사랑은 언젠가 밖으로 나간다

사랑은 말로 시작되고, 말로 반복되며, 말로 흔들린다.
그러나 사랑은 그 말들의 내부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랑은 때로, 말의 공회전을 이겨내고,
어딘가로 향하는 바퀴가 되고자 한다.

그것이 사랑의 외출이다.
결국, 말은 닿지 않지만, 그 닿지 않음의 끝에서 우리는 서로를 향해 나간다.


📚 참고 문헌 및 출처

더보기
  • Ludwig Wittgenstein,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1953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이영철 옮김, 책세상, 2005
  • Roland Barthes, Fragments d’un discours amoureux, 1977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김웅권 옮김, 민음사, 2002
  • Jacques Lacan, Écrits, 1966
  • Emmanuel Levinas, Totality and Infinity, 1961
  • Gilles Deleuze & Félix Guattari, A Thousand Plateaus, 1980

 

 

📮 궁금하거나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편하게 답글로 알려 주세요.
우연을 만드는 창구가 되리라 희망합니다.






—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Walking Miles Without a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