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도르노가 말한 '접촉의 실패'라는 철학
“섹스와 언어 사이에는 내밀한 교차가 있다.”
— 테오도르 아도르노 (Theodor W. Adorno)
이 짧은 문장은 놀랍게도 인간 존재의 핵심을 찌른다.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원한다. 말로, 혹은 몸으로.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언제나 어딘가 불완전하고, 어딘가 실패한다.
그런데 아도르노는 이 실패를 단순한 좌절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이 실패를 ‘철학적으로 중요한 구조’,
즉 현대인의 고립과 욕망이 만나는 자리로 보았다.
1. 🗣 언어는 닿고 싶어 하지만, 닿지 못한다
우리는 말로 타인을 이해시키고, 나를 드러내고, 감정을 전하려 한다.
하지만 자주 경험하듯, 언어는 때로 오히려 오해, 침묵, 단절을 낳는다.
아도르노에 따르면, 언어는 **“접촉을 약속하면서도 끝내 접촉하지 못하는 매체”**다.
- 말은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항상 불완전하고 유예적이며,
- 인간의 감정, 욕망, 진실 전체를 다 담아낼 수는 없다.
➡ 언어는 우리가 타인에게 가닿으려는 가장 정교한 도구지만,
바로 그 정교함 때문에 우리는 그 안에서 더 깊이 고립된다.
2. 🔥 섹스는 가장 직접적인 연결처럼 보인다… 그러나
몸을 통해 타인과 만난다는 경험, 특히 성적인 접촉은
말보다 더 직접적이고 본능적인 연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아도르노는 여기에 경고를 남긴다:
“성은 타자와의 관계이지만, 종종 관계를 약속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섹스는 가장 강력한 연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립된 두 존재가 잠시 맞닿는 방식일 뿐,
그 접촉은 말보다도 더 쉽게 상품화되고, 타자성이 지워질 수 있다.
➡ 다시 말해, 섹스도 언어처럼 연결되기를 욕망하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방식의 고립을 생산할 수 있다.
3. 💡 그래서 '교차'라고 불렀다
이제 아도르노의 표현이 조금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섹스언어
가장 직접적인 접촉의 환상 | 가장 완전한 소통의 환상 |
신체를 통한 연결 | 의미를 통한 연결 |
욕망하지만 실패한다 | 말하지만 닿지 않는다 |
이 두 영역은 서로를 보완하려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동일한 구조—욕망과 실패, 타자에의 도달과 좌절—를 공유한다.
그 교차점에서 인간은 자신의 고립과 결핍을 마주하게 된다.
아도르노는 이 교차가 바로 비판철학이 사유해야 할 자리라고 본다.
✍️ 마무리하며 — 말하지 못하고, 닿지도 못하는 존재
우리는 말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닿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시도는 어딘가 모자라다. 그 모자람이 바로 존재의 결핍이다.
아도르노가 말한 ‘섹스와 언어의 내밀한 교차’는
우리 존재가 타자와 맺는 관계의 본질적 실패 가능성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실패를 직시함으로써, 우리는 덜 폭력적인 관계, 덜 환상적인 접촉을 사유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닿지 못함을 알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타인과 함께 있을 수 있을까?”
이 물음은 라캉과 레비나스의 철학으로도 이어진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자.
📚 참고 문헌 및 출처
- Theodor W. Adorno, Negative Dialektik (Suhrkamp Verlag, 1966)
- Theodor W. Adorno, Ästhetische Theorie (Suhrkamp, 1970)
- Theodor W. Adorno, Lectures on Negative Dialectics (Polity Press, 2008)
- Susan Buck-Morss, The Origin of Negative Dialectics (Free Press, 1977)
- Axel Honneth, Critique of Power: Reflective Stages in a Critical Social Theory (MIT Press,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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