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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이연(敢而然)/"동무와 연인", 배경 지식

🧠 말하지 못한 것이 병이 된다― 현대 신경증은 왜 ‘언어의 문제’인가?

by To Be or... Whatever 2025. 4. 18.

Unsplash 의 Pritesh Patel

 

“내가 왜 아픈지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바로 그 **‘말할 수 없음’**이 고통의 본질일 수 있다.


1.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 — 신경증은 말의 실패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보통 병을 육체에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의 많은 신경증—예를 들어 불안, 강박, 우울, 공황—은 뚜렷한 병소가 없이도 사람을 아프게 만든다.

그 이유는 뭘까?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이렇게 말한다: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그는 인간의 내면, 특히 고통이나 증상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말의 실패, 표현되지 못한 언어,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의 잔재라고 보았다.

📌 라캉: 신경증은 ‘결여된 말’의 흔적이다

라캉에 따르면, 인간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욕망을 언어로 완전히 표현하는 데에는 항상 실패한다.
왜냐하면 언어 자체가 우리 욕망보다 더 늦게 도착하고, 모호하며,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 어떤 아이가 어릴 때 부모에게 무시당한 감정이 있었는데,
  • 그것을 말하지 못한 채 참고 지나갔다면,
  • 그 말하지 못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증상’이라는 형식으로 남는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비슷한 상황(무시당하는 느낌)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때때로 불안, 강박, 공황 같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반응을 경험한다.

➡ 이때 그 증상은 단지 “스트레스 반응”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나”의 귀환,
‘결여된 말’이 다른 방식으로 몸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2. 우울은 무엇을 말하지 못하고 있는가 — 크리스테바의 해석

프랑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우울증을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병”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녀는 『검은 태양: 우울증과 멜랑콜리』에서 이렇게 썼다:

“우울증은 상징화되지 못한 상실이다.”

여기서 ‘상징화’란 간단히 말해,
**어떤 감정이나 사건을 ‘말로 설명하고, 의미를 붙이고, 정체화하는 과정’**이다.

📌 크리스테바: 말할 수 없는 상실이 우울로 바뀐다

누군가 아주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 상처를 말로 꺼내지 못하거나, 의미를 붙이지 못한 채 마음에 묻어두면
그 감정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말이 막힌 채’ 마음속에 머문다.

  • 그러면 그 감정은 곪아가며 우울, 무기력, 자기비하, 감정의 동결 같은 형태로 드러난다.
  • 이때 사람은 ‘내가 왜 아픈지 모른다’고 말하지만,
  • 사실 그 아픔은 말할 수 없었던 어떤 것의 징후인 것이다.

➡ 크리스테바는 그래서 “우울은 말 이전의 감정”,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상처”**라고 말한다.


3. 우리는 언제 병이 되는가? — 푸코의 ‘언어 정치학’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병이나 신경증이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신질환은 말하는 방식의 산물이다.”

푸코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이상한지를 ‘언어와 제도’를 통해 결정한다.
즉 어떤 감정, 행동, 표현이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진단’이라는 언어로 다시 분류되고, ‘질병’이라는 이름을 부여받는다.

📌 푸코: 병은 만들어진 이름이다

  • 예전에는 ‘예민한 사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 현대에 들어서는 ‘불안장애’, ‘조현형 성격’, ‘주의결핍장애’라는 진단명 아래 분류된다.

➡ 즉, 신경증은 우리 안에 본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렇게 말하는 방식’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푸코에게 신경증이란 ‘언어의 제도화’, ‘진단의 말하기’의 산물이기도 하다.


🔍 요약: 신경증은 왜 언어의 문제인가?

라캉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됨 말하지 못한 욕망이 증상으로 나타남
크리스테바 상징화되지 못한 상실 ‘말 이전’의 상처가 우울로 침전됨
푸코 병은 말해지는 방식의 산물 정상/비정상은 언어와 제도에 의해 정의됨

✍️ 마무리하며 — “왜 아픈지 모르겠다”는 말

현대의 신경증은 단지 감정의 과잉이나 생물학적 고장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말하지 못한 것,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
혹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욕망과 상처의 언어화 실패다.

다시 말해,
현대인의 병은 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균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정신분석은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말해져야 한다.
말해지지 않은 고통은, 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돌아온다.”


📚 참고 문헌 및 출처

더보기
  • Jacques Lacan, Écrits, 1966
  • Bruce Fink, The Lacanian Subject,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5
  • Julia Kristeva, Black Sun: Depression and Melancholia, Columbia University Press, 1989
  • Julia Kristeva, Powers of Horror, Columbia University Press, 1982
  • Michel Foucault, Madness and Civilization: A History of Insanity in the Age of Reason, 1961
  • Michel Foucault, The Birth of the Clinic,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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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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