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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이연(敢而然)/"동무와 연인", 배경 지식

🌲 실외, 혹은 실재의 환상이란?

by To Be or... Whatever 2025. 4. 17.

Unsplash 의 Rob Mulally

 

우리는 가끔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진짜 공기, 진짜 삶, 진짜 나.”
도시를 떠나면 무언가 더 본질적인 것, 덜 가짜인 것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과연 그 ‘진짜’는 존재하는가? 아니, 애초에 우리가 말하는 ‘실외’나 ‘실재’는 실제로 있는가?

이 글은 우리가 흔히 믿고 따르는 ‘실외(outdoor)’와 ‘실재(reality)’가 어떻게 환상(illusion)이 될 수 있는지, 철학자들의 통찰을 빌려 풀어본다.


🌀 1. 실재(reality)의 환상 — 우리가 보는 현실은 진짜일까?

📌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현대 사회에서 '실재'라는 것이 점점 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실재를 흉내낸 이미지, 즉 *시뮬라크르(simulacra)*가 대신한다고 말한다.

“시뮬라크르는 실재의 부재를 감추는 실재의 징후다.”
—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1981)

예컨대 우리가 여행 중에 보는 '풍경'은 그 자체가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 각도와 구도를 맞춘 장면이다.
‘자연’마저도 인스타그램에 어울리는 구성을 갖춘 ‘이미지’가 되어 버린다.

➡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실재가 아니라, 실재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실재가 아니다. 실재의 환상이다.


🧭 2. 실외(outdoor)의 환상 — 자연은 정말 자유로운가?

자연은 흔히 '순수하고 해방된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하는 '실외'는 대부분 인위적으로 정비된 공간이다.

  • 캠핑장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 국립공원은 출입 시간과 동선이 제한되며
  • 등산로는 난간과 계단으로 구조화돼 있고
  • 심지어 공원에서도 잔디 위로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연을 경험한다고 느끼는 그 순간조차도, 이미 철저히 계획되고 디자인된 환경 속에 있다.

➡ 다시 말해, 우리가 찾는 실외는 ‘날것의 자연’이 아니라
‘편리하고 안전하며, 사진 찍기 좋은 자연’이다.
그것은 자연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연출된 환상이다.


🎭 3. 라캉의 실재계 — 현실의 틈에서 마주치는 무엇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인간의 인식 구조를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눈다:

  • 상상계(the Imaginary): 이미지, 자아 동일시의 세계
  • 상징계(the Symbolic): 언어, 규범, 사회 구조의 세계
  • 실재계(the Real):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경험의 틈에서 침입하는 것

라캉이 말한 ‘실재(the Real)’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실(reality)’과 다르다.
오히려 현실이 결코 포착하지 못하는 차원,
즉 언어로 말할 수 없고, 이미지로도 그려지지 않는 잉여적인 '무언가'다.

예를 들어,

  • 어떤 극한의 트라우마 상황에서 말문이 막히는 경험
  • 혹은 말과 이미지로 표현할 수 없는 불쾌감, 혐오, 또는 충격

이런 순간이 라캉이 말한 ‘실재계(the Real)’에 닿는 경험이다.

➡ 이 실재는 절대로 언어로 온전히 포착되지 않기에,
우리가 설명하고 살아가는 '현실'은 항상 실재에서 비껴난 구조물, 다시 말해 환상일 수밖에 없다.


🧠 요약 정리

구분 설명 대표 사상가
실재의 환상 현실은 미디어 이미지나 상징 체계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다 보드리야르, 플라톤
실외의 환상 우리가 찾는 자연은 연출된 장면이며, 철저히 소비 대상이다 루소, 생태비평
실재계 언어나 이미지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현실 너머의 영역 라캉

✍️ 마무리하며 —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진짜’를 찾는다.
그러나 진짜란 무엇일까?
우리가 말하는 실외는, 철저히 계획된 자연일 수 있고
우리가 말하는 실재는, 상징과 이미지로 재조합된 구성물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말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 — 라캉이 말한 실재계(the Real) — 는
결코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타자처럼, 항상 외부에 머문다.

결국 우리는 진짜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에 가까운 무언가, 혹은 진짜라는 환상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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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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