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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tween Language and Resonance

🕊️ Between L&R | Ep.00-what could there be

by To Be or... Whatever 2025. 3. 24.

“But what could there be to absorb her attention in the pale gleam of the fridge’s white door, in the pitch-black kitchen at four in the morning?”
— Han Kang, The Vegetarian (tr. Deborah Smith)

 

이 문장은 새벽 네 시, 칠흑 같은 부엌에 멈춰 선 한 인물을 보여준다. 아무 말도, 아무 움직임도 없는 정적 속에서 이 장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
“무엇이 그녀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 걸까?”

 


🌿 Emotional Grain of a Sentence
_Between Language & Feeling_

이 시리즈는
언어의 정확한 구조와 감정의 결을 함께 읽어내며,
외국어라는 타자를 화자의 몸에 체화하려는 시도입니다.

 

⚔️ 양날의 검객

언어의 두 기둥 –
 

🛠️ Practical Grain
표현 분석, 어법, 번역의 함정들
🌿 Emotional Grain
관계의 거리와 감정의 흐름을 읽는 감응 


📖 *Episode begin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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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Episode 00_  “But what could there be to absorb her ..."

https://www.instagram.com/henkheijmans.photo

 
“But what could there be to absorb her attention in the pale gleam of the fridge’s white door, in the pitch-black kitchen at four in the morning?”
— Han Kang, The Vegetarian (tr. Deborah Smith)

 

 

 

🛠️  Practical Grain — 실용의 결

🔍 What could there be...?

이 문장은 구조적으로 **의문문 도치(inversion)**를 포함한다. 기본 문장은 There could be something이지만, 'what'으로 시작하는 의문형에서는 조동사(could)가 도치되어 What could there be? 형태로 쓰인다.(의문형이니까 주어 동사가 바뀐다는 말)

  • 기본형: There could be something.
  • 의문 도치형: What could there be?

📌 문법 구조 분석:

  • What (의문사) + could (조동사) + there be (존재 구문)
  • 의미상으로는 존재를 전제로 한 질문이지만, 실제로는 회의와 반어를 내포

👉 흔한 유사 표현:

  • What is there to see? → “(볼 게 뭐 있어?)”
  • What was there to say? → “(할 말이 뭐가 있었겠어?)”
  • What is there to worry about? → “(걱정할 게 뭐 있어?)”

📘 직역 vs 뉘앙스:

  • 직역: “거기에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 실제 의미: “거기엔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데 왜 저러고 있지?”

이처럼, 겉으론 정중한 의문문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이 담긴 회의, 또는 의심의 말투다.


🔍 to absorb her attention

이 표현은 to + 동사원형 + 목적어 구조로, '그녀의 주의를 흡수하다'는 기본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 to absorb: '흡수하다', '몰두하게 하다'라는 의미의 동사
  • her attention: '그녀의 주의력' — 즉, '정신적인 집중 상태'

📌 문법 구조 분석:

  • to (부정사) + absorb (동사 원형)
  • her attention (목적어) → 전체적으로 '주의력을 흡수하다' → 완전히 몰입하게 하다는 뜻을 형성

📘 어원적 배경:

  • 라틴어 absorbēre: ab- (떨어져) + sorbēre (빨아들이다) → 외부 자극이 그녀의 의식을 '안쪽으로' 끌어들인다는 함의

🧠 유사 표현:

  • be absorbed in thought → 생각에 잠기다
  • completely absorbed in a book → 책에 완전히 몰두하다
  • He was so absorbed, he didn’t even hear me. → 그는 너무 몰입해서 내 말도 듣지 못했다

👉 이 표현은 단순한 '쳐다봄'이나 '호기심'이 아닌, 정신의 포획내면적 침잠을 담고 있다. → 따라서 이 문장은 감정적으로 고립되고 내면에 갇힌 상태를 암시한다. → ab- (떨어져) + sorbēre (빨아들이다)

  • 원래 의미: 흡수하다 → 여기서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끌어들이다, 몰입시키다

→ absorb her attention: 그녀의 주의를 완전히 사로잡다, 몰두하게 하다 → 단순한 '쳐다봄'이 아니라, 심리적·정신적 포획 상태
🧠 비슷한 맥락의 표현들:

  • be absorbed in thought → 생각에 잠기다
  • completely absorbed in a book → 책에 완전히 몰두하다
  • He was so absorbed, he didn’t even hear me. → 그는 너무 몰입해서 내 말도 듣지 못했다

이 표현은 그녀의 내면이 외부 자극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며, 감정적 고립이나 깊은 몰입을 암시한다.


🔍 pale gleam & pitch-black

이 표현들은 모두 형용사 + 명사의 간결한 조합이지만, 감정적으로는 매우 함축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 문법 구조 분석:

  • pale gleam: pale (창백한, 희미한) + gleam (희미하게 빛나다 / 빛) → 빛은 있으나 온기가 없는, 감정적으로 차가운 이미지
  • pitch-black: pitch (송진)처럼 끈적이고 짙은 + black (검은) → 빛이 전혀 없는 상태를 강조하는 강한 형용 표현

🧠 응용 예문:

  • a pale gleam in her eyes → (감정이 바닥난 눈빛)
  • pitch-black despair → (완전한 절망, 희망이 전혀 없는 상태)

📘 표현의 정서적 효과:

  • pale gleam: 빛의 부재, 감정의 소실, 생명력 없음
  • pitch-black: 시각적 어둠을 넘어, 심리적 고립과 무의식적 불안까지 드러냄

👉 두 표현이 대비되며, 시각적/정서적 온도 차를 극대화한다:

  • 빛이 있음에도 따뜻하지 않고,
  • 어둠이 있음에도 위협보다는 공허에 가깝다

이 조합은 '보이지만 느껴지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내며, 일상에서 감정의 층위가 사라지는 지점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 건강하거나 따뜻하지 않은, 냉정하고 메마른 이미지

  • pitch-black: 피치(송진)처럼 진한 검정 → 완전한 어둠. 시각적 묘사지만 심리적 공백과 고립을 은유함

🧠 응용 표현:

  • a pale gleam in his eyes → (감정이 희미한 눈빛)
  • pitch-black night / thoughts / despair → 감정의 완전한 암흑기

두 표현은 단순한 시각 묘사를 넘어서, 감정이 억제되고 차단된 공간을 형상화한다.


📘 정리:

  • 문법적으로는 단순한 구문이지만,
  • 어휘 하나하나가 심리적 거리, 정서적 단절, 몰입과 불신의 정서를 감싸고 있다.
  • 영국식 표현은 종종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이렇게 정중함 안에 감정을 숨겨두는 방식을 선택한다.

 

 

🌿 Emotional Grain — 감정의 결

🧊 감정의 결 하나 — 불안의 정적 (stillness of unease)

정적은 멈춤이 아니라, 응축된 긴장이다. 이 문장 속 새벽 4시, 정지된 부엌은 평화가 아니라 불안의 축적이다.

“움직임이 없다는 건,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너무 커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 감정의 결 둘 — 무심한 관찰자의 시선 (detached observer's gaze)

이 문장은 남편의 시점에서 쓰였다.
그는 그녀를 이해하지 않고, 멀리서 바라본다.

  • “to absorb her attention”에서 ‘her’를 통해 대상화된 시선을 감지할 수 있다.
  • 그는 그녀와 감정을 나누는 대신, 거리 두기를 선택한다.

“그녀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는 그녀의 내면 곁에 있지 않았다.”

🌪️ 감정의 결 셋 — *일상의 붕괴 조짐 * (fracture in the everyday)

냉장고, 부엌, 새벽.
이 모든 건 일상의 물건이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 빛은 창백하고
  • 부엌은 어둡고
  • 움직임은 없다

→ 이건 ‘일상’의 틈에서 현실이 조금씩 어긋나는 신호다.

“익숙한 것이 낯설게 보이는 순간, 그것은 현실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징조다.”


✍️ 감정 요약: 그녀는 말없이, 냉장고 불빛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처럼,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 To be continued…Ep. 01

“Before my wife turned vegetarian, I'd always thought of her as completely unremarkable in every way.”
감정 없는 회상은 무관심보다 더 잔인하다.다음 문장에서는, 관계의 시작부터 사라져 있었던 감정의 결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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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을 만드는 창구가 되리라 희망합니다.





—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Walking Miles Without a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