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my wife turned vegetarian, I'd always thought of her as completely unremarkable in every way.” — Han Kang, The Vegetarian (translated by Deborah Smith)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할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한강,<채식주의자>
“그녀는 내 옆에 있었지만, 내 감정 속엔 없었다.”
이 문장은 한 남자의 회고로 시작된다.
아내가 '채식주의자'가 되기 이전,
그녀는 그의 눈에 '철저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단어 — unremarkable — 속에는 단순한 관찰이 아닌,
감정적 무관심과 자기중심적 거리감이 숨어 있다.
🌿 Emotional Grain of a Sentence
_Between Language and Resonance_
이 시리즈는
언어의 정확한 구조와 감정의 결을 함께 읽어내며,
외국어라는 타자를 화자의 몸에 체화하려는 시도입니다.
⚔️ 양날의 검객
언어의 두 기둥 –
🛠️ Practical Grain
표현 분석, 어법, 번역의 함정들
🌿 Emotional Grain
관계의 거리와 감정의 흐름을 읽는 감응
📖 Episode begins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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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1- " 그녀는 내 옆에 있었지만, 내 감정 속엔 없었다. "
“Before my wife turned vegetarian, I'd always thought of her as completely unremarkable in every way.” — Han Kang, The Vegetarian (translated by Deborah Smith)
🛠️ Practical Grain — 실용의 결
🔍 Before my wife turned vegetarian
이 구절은 전체 문장의 시간적 기준을 제시하는 **시간 부사절(time clause)**로, 주절의 사건보다 먼저 일어난 일을 나타낸다.
📌 before + 주어 + 동사 구조에서
Before my wife turned vegetarian은 '아내가 채식주의자가 되기 전'이라는 시점을 설정해 준다.
- before: 시간의 흐름에서 기준점을 제시하는 접속사
- my wife turned vegetarian: 단순 과거 시제. 여기서 'turn'은 상태 변화 동사로 작용함
🔍 turn + 형용사/명사 구문
- turn red: 얼굴이 빨개지다 (상태 변화)
- turn cold: 차가워지다
- turn traitor: 배신자가 되다
즉, turn vegetarian은 단순히 채소만 먹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정체성과 신념의 방향이 바뀐 것을 암시함.
👉 감정적으로는, '아내가 더 이상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쪽으로 변화했다'는 거리감과 단절의 출발점이기도 함.
🧠 비슷한 맥락:
- He turned pacifist after the war. → 전쟁 이후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 She turned inward after the divorce. → 이혼 이후 내향적으로 바뀌었다
→ 이처럼 'turn'은 외형적 변화뿐 아니라 정신적, 정체적 전환을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
🔍 I'd always thought of her as...
이 표현은 복합 시제를 포함하는 서술로,
**과거 완료 시제(had + p.p.)**와 **빈도 부사(always)**의 결합을 통해 화자가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해 온 인식을 강조하고 있다.
- I'd = I had: 과거보다 더 이전에 있었던 생각을 나타냄
- always: 반복적이거나 일관된 태도를 강조함
- thought of A as B: A를 B로 간주하다, 여기선 '그녀를 어떤 사람으로 인식해 왔다'
📌 문법 포인트:
- 과거 완료 시제는 일반 과거보다 앞선 시점을 설명할 때 사용됨 →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되기 전(과거), 나는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더~과거)'**는 시간 관계를 정리해 줌
- 즉, 내가 그렇게 생각해 온 것이 더 먼~과거'였었고',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되었던 것은 과거 속에서도 그(내가 생각했었던 그 시점)의 다음
🧠 의미 확장:
- 이 표현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고정관념에 가까운 해석을 드러냄
- 화자는 아내를 '있는 그대로' 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만 해석하고 있었던 것
🧠 유사 예문:
- I had always thought of my job as temporary. → 나는 늘 내 직장을 임시라고 생각했었다
- They had always thought of her as shy, until she started acting. → 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들은 그녀를 수줍은 사람으로만 생각했었다
👉 여기서 핵심은 주체의 시각이 절대적이라는 점. 그녀의 행동, 말, 감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그는 그저 그렇게 ‘생각해 왔을’ 뿐이다.
→ 결과적으로, 이 구절은 관계 속에서 '시선의 독점'이 어떻게 감정의 단절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문법적 장치다.
🔍 completely unremarkable in every way
이 구절은 세 개의 표현이 조합되어 강한 부정적 일반화를 만들어낸다.
- completely: 완전히, 철저하게 — 강한 강조 부사
- unremarkable: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 감정적 거리감을 표현하는 형용사
- in every way: 모든 면에서 — 포괄적 표현으로, 예외 없이 무의미하다는 인상
📌 이 문장은 단순히 '눈에 띄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이 사람은 내게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은근히 내포한다.
🧠 어휘 뉘앙스:
- unremarkable은 부정적이되, 논쟁의 여지없이 조용한 무시를 담고 있음
- 이는 영국식 표현에서 자주 나타나는 비난 없는 거리 두기와 유사함 (ex. not especially charming, rather dull)
🧠 표현적 함정:
- unremarkable은 종종 '그냥 무난한'으로 번역되지만, 여기서는 의도적으로 감정을 빼는 어휘 선택이 핵심임
👉 특히 'completely'와 'in every way'가 결합하면서, 이 대상이 절대적으로 하찮다는 정서를 만들어냄 → 이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인지적 말소(抹消)**에 가깝다
즉, 이 표현은 부드럽지만 완전한 부정의 언어다.
겉으론 공손하지만, 그 내면에는 철저한 제거의 감정이 흐른다.
🌿 Emotional Grain — 감정의 결
🪨 감정의 결, 하나 — 묵살된 존재감 (erased presence)
‘전혀 특별할 것 없다’는 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선언이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누군가’가 아니라, 신경 쓸 필요 없는 배경이었다.
“사랑이 없다는 건, 미움보다 더 잔인하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감정의 결, 둘 — 차가운 자기 중심성 (cold-centered gaze)
화자의 시선은 무감정적이다. 그는 아내를 그녀의 입장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서만 본다.
- I had always thought of her as...라는 표현은 ‘내가 보기에’라는 편협한 시야를 드러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나에게 어떤 의미가 없는지가 더 중요했다.”
🌫️ 감정의 결, 셋 — 무해함 속의 무시 (dismissed by safety)
‘unremarkable’은 ‘문제없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아예 관심 밖이라는 선언일 수 있다.
그녀는 ‘무난함’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에서 배제되었다.
“자극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는 너무 쉽게 누군가를 사라지게 만든다.”
✍️ 감정 요약: 그는 그녀를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은 —
그녀를 보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 To be continued…
“To be frank, the first time I met her I wasn’t even attracted to her.”
솔직하다는 말은 언제나 친절한 게 아니다.
다음 문장에서는,
무표정한 회상보다 더 직선적인 거리감의 언어를 마주하게 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편하게 답글로 알려 주세요.
우연을 만드는 창구가 되리라 희망합니다.
—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Walking Miles Without a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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