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솔직하다지만, 진심 없는 고백은 폭력일 뿐
“To be frank, the first time I met her I wasn’t even attracted to her.”
— Han Kang, The Vegetarian (translated by Deborah Smith
"솔직히 말하자면,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끌리지도 않았다."-한강,<채식주의자>
🌿 Emotional Grain of a Sentence
_Between Language & Resonance_
이 시리즈는
언어의 정확한 구조와 감정의 결을 함께 읽어내며,
외국어라는 타자를 화자의 몸에 체화하려는 시도입니다.
⚔️ 양날의 검객
언어의 두 기둥 –
실질 기술적 패턴 & 정서 문화적 뉘앙스
🛠️ Practical Grain
표현 분석, 어법, 번역의 함정들
🌿 Emotional Grain
관계의 거리와 감정의 흐름을 읽는 감응
각 회차는 하나의 문장을 다룹니다.
분석 → 감정 순으로 구성되며,
Episode 00부터 이어집니다.
📖 Episode begins here
⋯⋯⋯⋯⋯⋯⋯⋯⋯⋯⋯⋯⋯⋯⋯⋯⋯
이 문장은 ‘솔직히 말하자면’, 이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 솔직함은 ‘고백’이 아니라,
감정적 무감각의 선언처럼 들린다.
관계의 시작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끌림’조차 없었다는 말은,
상대방을 주체로 보지 않은 채 자기 ego만을 중심으로 관계를 서술하려는 미성숙한 태도를 드러내 버린다.
"To be frank, the first time I met her I wasn’t even attracted to her."
— Han Kang, The Vegetarian (tr. Deborah Smith)
🛠️ Practical Grain — 실용의 결
🔍 To be frank
- frank: 솔직한, 숨김없는
- to be frank: 관용 표현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은…”
📌 이 표현은 의외의 말, 혹은 다소 무례할 수 있는 감정을 앞서 경고할 때 쓰인다.
→ 말투는 정중하지만, 뒤따르는 진술은 냉정하거나 감정적으로 차가울 수 있음
🧠 비슷한 표현:
- To be honest...
- If I’m being blunt...
- Frankly speaking...
👉 영국식 표현에서는 to be frank가 특히 정서적 거리감을 만들면서, 감정을 억제하는 효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 the first time I met her
- the first time: 시간 표현으로 “처음 ~했을 때”
- I met her: 과거 시제. ‘처음 본 순간’을 기술하는 단순 서술
📌 이 문장은 특정한 기억의 시간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장치다.
→ 하지만 그 기억의 감정 밀도는 무척 낮고, 사건 중심의 건조한 회고로 전달된다.
🧠 유사 예문:
- The first time I saw London, it was snowing.
- The first time I held my daughter, I cried. → 대부분은 감정의 절정이 깃들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아무것도 느끼지 않음’이 강조됨
🔍 I wasn’t even attracted to her
- wasn’t attracted to: “끌리지 않았다” → ‘attract’는 감정적/성적 끌림을 모두 포함
- even: 강조 부사. 여기서는 기대되는 최소한의 감정조차 없었다는 의미로 쓰임
📌 이 표현의 핵심은 even
→ 한국어 화자에게는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강조 부사 중 하나로, 문장에서 '심지어 ~조차도'라는 뜻을 내포하며 기대되는 기본값도 충족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 핵심 용법:
- 긍정문: 예상 밖의 과잉 강조
- She even cooked dinner. → (그녀는 심지어 저녁까지 차렸다)
- 부정문: 기본조차 부정하는 강한 강조
- I didn’t even call him. → (전화 한 통조차 하지 않았다)
- He wasn’t even listening. → (귀담아 듣고조차 있지 않았다)
💡 even은 문장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강조 대상이 달라진다:
- I even liked the boring parts. → (심지어 지루한 부분도 좋았다)
- Even I liked the movie. → (심지어 나도 그 영화를 좋아했다)
👉 여기서는 even attracted to her라는 표현으로,
화자가 최소한의 감정 반응조차 없었음을 냉정하게 드러내고 있다.
🧠 뉘앙스:
- I didn’t even notice her. → ‘아예 눈에 띄지도 않았다’는 의미 강조
- He didn’t even say goodbye. → (최소한의 작별 인사조차 없었다)
👉 여기서 even attracted는 ‘호감 없음’ 이상의 거리감을 형성함.
→ 상대에 대한 무관심, 혹은 자기감정 중심의 냉소까지 드러냄
이 문장은 감정이 빠진 회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감정을 ‘철저히 차단하는’ 말투로 구성돼 있다.
🌿 Emotional Grain — 감정의 결
🧊 감정의 결, 하나 — 냉정의 프레임 (frame of detachment)
‘솔직히 말하면’이라는 말은 보통,
상대에게 가까워지려는 의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 말이
거리두기와 정서 차단의 신호처럼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감정을 드러내는 척하면서,
실은 감정을 거두는 방식도 있다.”
🌫️ 감정의 결, 둘 — 기억의 공백 (absence in memory)
처음 만난 순간의 기억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또렷하게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감정으로 새겨졌기 때문일 것.
그러나 이 문장에 감정은 없고, 기억만이 남아 있다. 아니, 기록일까.
그녀는 기억의 중심이 아니라, 기억 밖에 서 있는 존재인 것이다.
“처음이란 건 보통 특별하다.
그런데 이 처음에는.... 아 무 것도 없다.”
🪶 감정의 결 ,셋 — 무관심의 진술 (statement of indifference)
‘끌리지 않았다’는 그 말은,
사실은 “그녀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
이것은 이제 감정의 부재를 넘어, 관심 자체의 부재가 되어 버린다.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쓸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 감정 요약: 그녀와의 시작은 애정도 호기심도 없이 시작됐다.
이 문장은 사랑 없는 관계의 기원을,
의외의 솔직함 속에 감춰 놓는다.
🖋️ To be continued… Episode 03
“There was no need to affect intellectual leanings in order to win her over…”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편하게 답글로 알려 주세요.
우연을 만드는 창구가 되리라 희망합니다.
— Written by To Be or... Whatever
Walking Miles Without a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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